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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있는 과학] 쐐기 박듯 침투해 세균 파괴… 항생제로 쓰여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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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287
내용
/그래픽=안병현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수많은 감염자가 나오고 있어요. 코로나뿐 아니라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도 바이러스에 의한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해롭기만 한 존재일까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생명체를 '미생물'이라고 불러요. 세균은 대표적인 미생물이에요. '박테리아'라고도 부르죠. 종류에 따라 0.2~1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 정도의 크기로 나뉘어요. 바이러스는 세균의 100분의 1 정도 크기랍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세균은 하나의 개체가 온전한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생물'이에요. 단단한 세포벽 안에 유전물질과 효소를 가지고 있어 외부 도움 없이 자기 복제와 증식을 할 수 있죠.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을 가졌지만, 스스로 복제나 증식이 불가능해요. 다른 생물을 숙주로 삼아 기생해야 생명 활동과 증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물이라고 하지 않고 생물적 특성과 비생물적 특징을 가진 존재 또는 구조체라고 한답니다.

좋은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는 생물에 기생하기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동물·식물·세균도 숙주가 될 수 있어요.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세균바이러스·이하 파지)라고 불러요.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 윌리엄 트워스가 최초로 그 존재를 발견했고 1917년 프랑스 세균학자 데렐이 이름 붙였어요.

파지는 세균에 침투해서 증식하다가 결국 세균을 죽여요. 이런 특성을 응용해 파지를 항생제나 살균제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1940년대 초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대량 보급 전에는 파지를 천연 항생제로 이용했어요. 시간이 흘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등장하면서 다시 파지를 이용한 치료제나 항생제·살균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죠.

벨기에의 피르나이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18일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100여 명의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어요. 파지마다 감염시킬 수 있는 세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하면 인체에 있는 유익한 세균이나 사람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할 수 있어요. 열쇠와 자물쇠처럼 특정 세균에 기생하는 특정 파지가 정해져 있는 거예요. 따라서 환자를 공격한 세균을 알아내고, 그 세균을 감염시키는 파지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요. 만약 같은 세균에 감염된 환자라면 같은 파지로 치료가 가능하죠.

하지만 이 때문에 환자마다 어떤 세균에 감염됐는지 찾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세균이 파지에 대해 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양한 파지를 모아 함께 적용하는 '파지 칵테일 요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해요.

파지는 식품 분야에서도 세균으로 인한 오염이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돼요. 미국에서는 2006년 식중독 원인균인 리스테리아를 억제하기 위해 파지를 미세한 스프레이 형태로 만들어 뿌리는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살모넬라균을 억제하기 위한 파지 혼합물이 식품 첨가물이나 사료 첨가물로 이용되고 있어요.

세균 진단 기술로도 이용

파지를 이용한 세균 진단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요. 특정 세균에 부착해서 유전물질을 삽입하는 파지의 특성을 이용하는 거죠. 특정 세균을 감염시키는 파지 내부에 색이나 형광색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삽입하고, 확인하고 싶은 부위나 지역에 뿌리는 거예요. 만약 그곳에 세균이 있다면 파지가 감염시켜 증식하게 될 테니 해당 부위의 색이 변할 수 있겠죠. 이를 통해 세균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탄저균은 급성 전염성 감염 질환인 탄저병을 일으키는 위험한 세균인데, 주로 흙 속에 살고 있어요. 만약 특정 지역에 탄저균이 유출된 경우 형광물질을 넣은 파지를 이용해 오염 지역을 파악해요. 이런 용도로 이용되는 파지를 '리포터 파지'라고 합니다.

뇌종양 치료에 지카바이러스 이용해

암 치료에도 이용해요. 지카바이러스는 뇌의 내피세포를 뚫고 들어가 신경줄기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뇌를 공격하는 특징을 이용해 최근에는 뇌종양 같은 암 치료에 지카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카바이러스가 뇌종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과거 연구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어요. 바이러스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세포를 죽인다는 거예요.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의 자츠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생쥐의 뇌종양 부위보다 복막에 바이러스를 주사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해요. 지카바이러스가 뇌로 이동해 암세포를 공격했고, 다른 세포는 공격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암세포 생장과 전이도 차단했고요.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 능력을 강화한 셈이에요.

[살아있는 미생물 최초 발견]

이탈리아의 의사 프라카스토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그것이 전파돼 전염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주장했어요. 1660년 네덜란드의 레이우엔훅은 순도 높은 석영을 갈아 만든 렌즈로 270배까지 확대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들었어요. 이 현미경으로 빗물을 봤더니 움직이는 작은 생물체들이 있었고 그는 이것을 'animalcule(작은 동물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왕립협회에 보고했답니다. 살아있는 미생물을 최초로 보고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았다고 해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발췌 : 조선일보 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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