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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도 상상이상...또 1000만 너머로 질주하는 나비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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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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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은 제임스 캐머런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에이리언2'(1986), '터미네이터2'(1991)로 속편이 전편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통념을 반박했고, '타이타닉'(1997)으로 세계 영화사에 새 역사를 쓴 뒤(흥행성적 22억달러), 다시 신작 '아바타'(2009)로 자신의 작품인 '타이타닉'을 눌러버린(28억달러) 캐머런 감독이 새 역사를 쓰는 모습을 지금 세계 영화팬이 목격하기 직전이다.

영화 '아바타 : 물의 길'이 1편 이후 13년 만에 극장을 찾는다. 제작비 4억달러짜리 대작으로, 전 세계 모든 극장을 불문하고 소리 없는 지진이 일 정도로 예매 전쟁이 한창인 그 작품이다. 거장의 두뇌에서 설계·구축된 판도라 행성의 확장된 세계관을 최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살펴봤다.

때는 2169년. 1편의 시점보다 15년쯤 흐른 뒤의 시간이다.

인간이었지만 아바타의 몸을 얻고, 판도라의 여신 에이와의 허락을 득해 행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아내 네이티리와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자원을 약탈하려 판도라 행성을 오래전 침범했던 인간은 나비족과의 전쟁으로 인해 판도라에서 쫓겨났다.
평온한 날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1편에서 설리의 맞수였던 마일스 대령과 그의 요원들이 사망 후 아바타의 몸을 입고 설욕과 복수를 위해 판도라에 진입한 것. 설리 가족은 '숲의 부족'인 오마티카야족에게 더 이상은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먼 길을 떠나 '바다의 부족'인 메트카이나족에게 자신과 가족이 은신할 장소를 제공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부족장 토노와리는 차별 없이 이방인을 수용하지만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마일스 대령의 무리는 설리가 거처를 옮겼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포위망을 좁혀온다.

메트카이나족은 바닷속을 살아가는 대형 고래와 같은 거대한 크리처(허구로 창조된 생명체를 뜻하는 영화계 용어)인 '툴쿤' 무리와 심리적으로 깊은 교감과 막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데, 마일스는 툴쿤 무리를 잔인하게 인질 삼는 방식으로 결국 설리를 전장으로 끌어낸다.

이후 전쟁, 약탈, 방화, 살인의 광경이 차례대로 전시되면서 이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모르는 상태로 영화는 끝까지 관객을 긴장시킨다. '타이타닉'에서 배가 뒤집히는 장면을 오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의 전투 장면은 강렬하다.
무엇보다 캐머런 감독이 다시 한번 관객에게 건넨 '아바타'의 진귀한 장면들은 초현실적이다. 판도라 행성 바다에서 만나는 수중 크리처, 보랏빛 야광으로 빛나는 거대 산호초, 물살 하나까지도 현실과 다를 바 없이 구현한 이 영화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각 효과의 정점이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아바타' 1편 3D 버전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세계 영화팬들이 느꼈던 시각적 충격을 '아바타 : 물의 길'은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마일스 군단과의 혈투가 벌어지는 후반부 1시간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지속적으로 판도라 바닷속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관객 자신이 판도라 행성을 공중에서 여행하고 있는 듯한, 꽤나 즐겁고 풍요로운 착각마저 느껴진다.

눈도 즐겁지만 귀도 즐겁다. 질주 장면에서 흐르는 OST는 천상의 선율처럼 들린다. '아바타 : 물의 길' 주제곡은 'Nothing Is Lost'로 캐나다 가수 더 위켄드가 불렀다. 유튜브에 사전 공개된 46초짜리 영상에는 '21세기의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는 더 위켄드가 현실에 없는 듯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주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흠잡을 곳이 없다. 툴쿤 사냥을 통해 포경(捕鯨·고래잡이)의 잔혹함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마일스 대령과 툴쿤 사냥에 함께 나서는 인간들은, 툴쿤의 뇌에서 채취 가능한 고작 500㎖짜리 신물질을 얻기 위해 길이 20m가 넘는 대형 툴쿤을 죄책감 없이 사냥한다. 잔혹함에 관객들이 얼굴을 찌푸릴 시간을 잠시도 허락해주지 않고,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영화는 주장한다.

3시간12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은 '아바타 : 물의 길'의 명백한 단점으로 보인다. 캐머런 감독은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긴 상영시간을 두고 "같은 돈 내고 길게 보면 좋지 않은가"라며 이번 영화가 '가성비 영화'임을 분명히 해 큰 웃음을 자아냈지만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질 정도여서 객석에 앉기 전에 단단히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한국 개봉일은 14일. 미국·중국·일본(16일)보다 이틀 이르다.

한편 '아바타' 3편은 1편의 숲, 2편의 물에 이어 주요 소재가 '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태 기자]매경 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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