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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화 '어벤져스' 속 과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0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090
내용

         영화 '어벤져스' 속 악당 타노스

     "인구 과잉에 멸망 위기, 절반 없애야"

    

     인구 절반 되면 오염은 당장 줄어도

     기후변화는 몇 백년 內 해결 안돼


     도시 인구 많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인구밀도 낮아 타노스 주장 허점 있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 극장가를 강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1300만명이 극장을 찾았죠.

     이 영화에서 수퍼히어로들이 맞서 싸우는 악당은 타노스입니다. 우주와 지구의 생명체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외계인이죠.

     타노스는 우주적인 힘을 얻고,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지구 인구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버립니다.

     타노스의 믿음은 단순합니다. 자원이 제한된 지구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지구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지구가 고통에서 벗어날 거라는 겁니다. 과연 근거 있는 생각인지 알아볼까요?


     □환경이 깨끗해지기는 하는데···


     영화에서는 타노스가 인구의 절반을 없애자 뉴욕 허드슨 강에 고래가 돌아옵니다.

     사람이 줄자 강에 다니는 배가 줄어들고 오·폐수가 덜 나와 물이 깨끗해진 덕분이죠.

     정말 그럴까요? UN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종들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기후변화▼토지 이용▼야생생물 사냥과 이용▼오염▼위협적인 외래종의 유입이죠. 대부분 인간의 책임이 큰 요소들이죠.

     이 중 오염, 토지 이용, 야생동물 남획 세가지는 인간이 줄어들면 바로 효과가 나타날겁니다. 영화에서 고래가 돌아온 것처럼요.

     그렇지만 기후변화는 지금 당장 인구 절반이 사라져도 몇 십년, 몇 백년 안에 추세를 돌리기 쉽지 않을겁니다. 인구의 절반이 없어진다고 그걸로 나머지 인류를 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요.


     □타노스와 비슷한 주장을 했던 맬서스


     사실 타노스의 생각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영국 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도 '인구론'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죠.

     맬서스는 인구가 너무 빨리 늘어나 식량 생산 능력을 넘어설 것이고 그로 인해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했어요.

     하지만 맬서스의 예측은 들어맞지 않았아요. 맬서스는 인구 증가에 발맞춰 식량 생산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리라는 걸 예상치 못했거든요.

     마찬가지로, 타노스의 예상이 들어맞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인간들이 스스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오염을 줄여나갈 길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이제까지 지구는 여러 차례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35억년이나 되는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99.9%의 생물종이 멸종했지요. 그런데도 지구는 여전히 생명체로 가득합니다.

     타노스처름 특정 시점에 인구 절반을 줄이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게 인류든, 다른 생명체든 다시 무수히 늘어날 겁니다.


     □인간은 정말 너무 많을까?


     인구가 정말 과밀한 상황인지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땅에 균등하게 인구를 배분하면 평균 인구밀도는 1㎢당 50명도 안 됩니다.

     문제는 지구 육지 면적 10% 안팎의 땅에 인류 80%가 몰려 산다는 겁니다. 타노스 같은 능력이 있다면 손가락을 튕겨 사람들을 먼지로 만들 것이 아니라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또 타노스는 선진국에 사는 10억 명이 개발도상국에 사는 60억 명보다 훨씬 더 자연을 훼손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지 않았어요.


     요컨대 타노스 주장은 빈틈투성이입니다. 수퍼히어로들은 타노스와 치고받기보다 논리로 설득해도 이겼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겠지만요.


     -기획·구성=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그래픽=안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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