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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제목

왜행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1.29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2413
내용


행성 닮았는데 중력 약해··· 태양계에 명왕성 등 5개 있죠


   

그래픽=안병현


1992년부터 작은 천체 대거 발견돼

2006년 국제천문연맹, '행성' 재정의


행성 되려면 둥근 형태로 태양 돌며

궤도 주변 잔재 흡수할만큼 중력 세야


명왕성은 둥글고 태양 주위 돌지만

중력 약해 행성 지위 잃고 왜행성됐죠


지난달 28일 프랑스 마르세유 천체물리학 연구소는 과학 잡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을 통해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 히기에이아(Hygiea)를 왜행성(난쟁이 행성·dwarf planet)으로 봐야한다" 는 주장을 했어요.

현재 소행성인 히기에이아를 왜행성으로 신분을 올려줘야 한다는 제안이죠.

태양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은 여덟 개, 왜행성은 다섯 개, 그리고 소행성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행성, 왜행성, 소행성은 어떻게 다르고, 왜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이 되어야 한다는 걸까요?


◈ 행성, 왜행성, 소행성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라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새로 정한 태양계 행성의 정의를 따른 결과입니다.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일 것. 둘째, 자체 중력으로 구(球) 형태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을 것.

셋째, 궤도 주변의 잡동사니 잔재들을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지배력(즉 중력)을 가지고 있을 것.


왜행성은 첫째와 둘째 조건은 만족하지만, 셋째 조건에서 탈락한 천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소행성은 첫째 조건만 만족하는 천체고요.

히기에이아는 첫번째 조건만 만족하는 '소행성' 이었는데, 이번 관측 결과 생김새가 구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왜행성' 의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됐습니다.

국제천문연맹에서 승인받으면 공식적으로 '왜행성' 이 될 전망입니다.


⊙ '행성 X' 찾다 발견한 '해왕성' '명왕성'


그런데 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에야 '행성의 정의' 를 다시 내렸을까요.

오랫동안 행성이었다가 왜행성으로 급이 떨어진 '명왕성' 이 일으킨 논란 때문입니다.

1980년에 출간돼 여전히 과학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는 행성이 아홉 개라고 설명합니다.

명왕성이 행성이었던 시절의 흔적입니다.


1781년 영국의 윌리엄 허셜은 천왕성을 발견합니다.

천왕성은 별인지 행성인지 불분명했는데 망원경을 통해서 천왕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확인한 거죠.

그런데 천왕성의 궤도는 설명이 어려웠어요.

이때까지 발견된 다른 행성과 천체들의 움직임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 X' 가 천왕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마침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천체들 사이의 미세한 중력 효과를 다룰 수 있는 수학적 계산법을 개발해줬습니다.


1846년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해왕성 위치를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독일 천문학자인 요한 갈레는 르베리에가 예상한 위치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해왕성을 발견해내죠.

그렇지만 여전히 천왕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면 제 2의 '행성 X' 가 필요했습니다.

그 노력의 끝에서 1930년 미국의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합니다.

그렇지만 명왕성도 '행성 X' 가 되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말이 나왔죠.


그런데 '행성 X' 가설은 1993년 보이저 탐사선을 통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정확한 질량 값을 측정하면서 폐기됩니다.

새 질량 값에 따르면 기존 천체의 궤도가 모순 없이 설명됐거든요.

해왕성과 명왕성을 발견하도록 했지만 '행성 X' 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 76년 동안만 행성이었던 명왕성


명왕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질량을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 발견됐을 때 명왕성은 지구 질량의 17배인 해왕성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1978년에 보다 정밀한 측정을 해보니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죠.


천체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명왕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문학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명왕성 정도의 크기와 운동을 하는 다른 천체가 많다는 것이 분명해졌거든요.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하려면 태양계의 행성은 9개가 아니라 배 이상 늘어야 할 상황이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의 발견을 시작으로

 태양계 최외곽에 행성이 되지 못한 잔재들로 이뤄진 천체가 무수히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 이를 예측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카이퍼 벨트' 라고 묶어 부르죠.

명왕성도 이런 카이퍼 벨트에 있는 많고 많은 천체 중 하나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행성이라면 공전 궤도 상의 다른 천체를 흡수하거나 튕겨낼 중력이 있어야 하는데 명왕성은 궤도에 비슷한 규모의 천체가 여럿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래도록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그냥 '소행성' 으로 급을 낮추기는 아쉬웠고,

명왕성이 다른 부스러기 같은 천체와는 명백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을 정의하면서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듭니다.

왜행성은 말씀드린 대로 행성의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천체의 위성이 아닌 천체로 정의되었죠.

명왕성은 76년 동안 '행성' 이었다가, 2006년에 '왜행성' 이 된 것이죠.


왜행성은 현재 명왕성, 세레스,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5개가 있습니다.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으로 인정받으면 6개로 늘어나겠죠.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주일우·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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