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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제목

계란볶음밥과 중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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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15
내용

일본 요리에서 흔히 ‘계란찜’으로 번역하는 자완무시(茶碗蒸し)는 일본 가정의 아주 일상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보기보다는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주방에 들어선 사람의 요리 솜씨를 가늠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중국에서 그에 견줄 만한 음식은 ‘계란 볶음밥’으로 번역하는 단초반(蛋炒飯)이다. 역시 쉬워 보여도 제대로 갖춰진 맛과 풍격을 살리는 일은 어렵다. 밥알 하나하나를 씹을 때 느끼는 풍미까지 곧잘 따지기 때문이다. 주방(廚房) 선배가 신입 요리사의 실력을 테스트할 때 이 음식을 만들어 보라고 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일러스트=양진경
/일러스트=양진경

중국인들이 어린 시절을 회고할 때 곧잘 등장하는 음식도 이 계란 볶음밥이다. 모친이 하루 정도 지난 찬밥에 계란 두 알 정도를 사용해 기름을 적당량 쳐가며 만들던 ‘엄마표 계란 볶음밥’에 중국인들의 어린 시절 회고가 적잖게 깃들기도 한다.

중국을 한때 호령했던 국민당의 권력자 장제스(蔣介石)도 근엄했던 면모와는 달리 시간이 나면 손수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 아내 쑹메이링(宋美齡)과 가족을 즐겁게 해줬다고 한다. 그의 생전 일기(日記)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6⋅25전쟁 때 참전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은 압록강을 넘은 뒤 곧 전사했다. 평안북도의 중공군 총지휘부가 있던 광산 동굴 앞에서 계란 볶음밥을 만들려고 불을 피웠다가 미 공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중국 집권 공산당은 6⋅25전쟁을 제 입맛대로만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한 의로웠던 참전으로 왜곡해 선전 중이다. 얼마 전 중국 유명 요리사가 볶음밥 잘 만드는 법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그날이 생일이었던 마오안잉의 죽음을 희롱했다는 것이 이유다. 음식은 괜찮은데, 모든 일을 입맛대로 지지고 볶다 또 튀겨대는 중국 문화가 참 문제다.

조선일보10월30일자 발췌

중국인문학연구소장 유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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