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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물상] '코로나 1학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2.11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420
내용



지난 5월 소셜미디어에 '어느 신입생의 빡침' 이란 제목의 짧은 글이 돌았다.


"교복 맞춘 거 한번도 못 입었는데 오늘 하복 맞춘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올해 1학년들은 입학 직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입학식 없이 입학하고 학교도 몇 번 못 갔는데 어느새 한 학년 막바지다.

초등 1학년, 중1, 고1, 대학 신입생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특히 처음 학교에 간 초1과 꿈에 부풀었던 대학 신입생들의 상실감이 크다.


▶요즘 초1 부모들은 아이에게 '코로나 1학년' 이란 꼬리표가 달릴까 봐 걱정이 많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너희는 초1 때 제대로 못 배워서 그래" 하는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올해 초1들은 매일 학교에 다니면서 규범과 규율을 배울 기회를 통째로 빼앗겼다.

등·하교 시각이 따로 없으니 늦게 일어나 씻지도 않은 채 컴퓨터 앞에서 수업을 듣는 일이 다반사다.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친구 사귈 기회도 크게 줄었다.




▶학교에 가도 자리가 다 떨어져 있어 짝도 없고 점심도 혼자 먹는다.


1학년 교실에서 흔한 풍경인 다투고 울고 일러바치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다들 마스크를 쓴 데다 자주 못 보니 친구를 잘 알아보지도 못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초1 때부터 크고 작은 스크린에 매달려 살게 된 것도 걱정이다.

한 엄마는 "아이가 선생님을 유튜버처럼 생각한다" 며

"수업 도중 컴퓨터 한쪽에 다른 창을 열어 딴짓하는 걸 보면 벌써 디지털 중독이 된 것 같아 걱정" 이라고 했다.


▶대학 새내기들은 '대학 가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도 못 한 채 첫해를 보냈다.


오리엔테이션과 MT, 축제가 없어진 대학에서 신입생들은 '반수' 를 꿈꾸거나 차라리 군대에 가려고 한다.

지난 7월 한 입시 업체가 대학 신입생 700여 명에게 물어보니 47%가 "반수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소속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이 선호하는 군 보직인 육군 기술행정직 경쟁률도 올랐다.

어차피 학교도 안 가는데 군대나 갔다 오자는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각급 학교 1학년생은 총 194만여 명으로,

이들은 주 평균 2.2일 학교에 가고 하루 평균 4.3시간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친구들과 소셜미디어로 연락한다는 비율이 59%, '직접 만난다' 는 사람은 9%에 불과했다.

'연락 안 한다'는 대답도 26%에 육박했다. 코로나는 참으로 다양하게 우리 삶을 바꿔놓고 있다.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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