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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뭉치면 빨라진다"···'집단검사'로 코로나 진단비·시간 단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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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761
내용


여러 사람 검체 섞어 동시에 확인

감염률 1%면 검사 효율 8배 상승

이스라엘 정부 승인, 다음달 검사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에 도움



코로나가 세계 곳곳에서 다시 들불처럼 퍼지고 있지만,

검사 역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검사 결과를 받는 데 4일씩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낫지만,

최근 감염자가 늘면서 바로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검사 속도를 높일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중 최근 이른바 '집단검사(pooling test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 사람씩 따로 검사하지 않고 여럿을 동시에 검사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자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48명 동시 검사해 효율 8배 높여


이스라엘 개방대의 노엄 센탈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에

"48명의 검체를 동시에 시험하는 코로나 검사 방법을 개발해 정확도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이미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정부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오는 10월에 대학과 기업, 항공사 등에서

대규모 인원을 동시에 검사하는 데 적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징병검사에서 매독 환자를 가려내던 방법을 응용한 것이다.

27명의 검체를 따로 검사하면 27번 시험해야 한다.

반면 경제학자인 로버트 도프먼의 이름을 딴 집단검사는 여러 명의 검체를 한데 섞어 검사해 횟수를 줄였다.


이를테면 9명씩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의 검체를 모두 섞어 검사한다.

1차 그룹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그룹이 있다면 이 그룹만 개별 검사한다.

이러면 1차 3번, 2차 9번, 총 12번만 검사하면 된다.

검사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노엄 박사 연구진은 이 도프먼 검사법을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확진자 4명이 포함된 384명을 시험 삼아 검사했다.

각자의 검체를 6군데로 나눠 검체를 총 2304개 만들었다.

이 검체들을 48개씩 묶어 48그룹으로 나눴다.


검사는 로봇을 이용해 자동화했다.

검체 48개가 들어 있는 용기에 로봇이 동시에 시약을 주입하고 유전자를 검사했다.

이 방법으로 용기 48개를 검사했다.


코로나 양성반응이 있는 검체 부분을 색으로 표시하면 용기 곳곳에 색이 나타난다.

이렇게 색이 나타난 용기 48개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조사해 반복적으로 색을 보인 검체가 어느 것인지 자동으로 알아냈다.


연구진은 실제로 의료진 1115명의 코로나 검사에 이 방법을 도입해 단 144차례 검사만으로 확진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토머 헤르츠 벤구리온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감염률이 1%라면 이번 방법은 기존 개별 검사보다 8배나 효율이 높다"며

"8명의 검체를 동시에 검사하는 도프먼 집단검사보다도 2배나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인도·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도움


다른 나라들도 다양한 집단검사법을 개발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우한에서 집단검사법으로 1000만 인구를 2주 안에 대부분 검사했다.

당시 5명의 검체를 한 그룹으로 묶어 230만명을 검사해 코로나 감염자 56명을 찾아냈다.


양성 판정을 받은 그룹을 다시 소그룹으로 나누면 검사 횟수를 더 줄일 수 있다.

27명을 9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1차로 검사한 후 한 그룹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이그룹을 다시 3명씩 3그룹으로 나눠 집단검사를 한다.

여기서 양성이 나오면 그 그룹만 개인별 검사를 한다.

이러면 27번 검사가 9번이 돼 3분의 1로 준다.


네이처지는 아프리카 수리과학 연구소가 지난 4월 이보다 더 개선된 집단검사법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9명의 그룹을 2차 검사할 때 가로세로 조합으로 중복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역시 27명 검사 횟수가 27번에서 9번으로 준다.


특히 가로세로 조합을 늘리면 검사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비용도 1인당 9달러에서 75센트까지 줄어든다고 추산됐다.

이미 르완다에서 100명 검사에 적용해 확진자 1명을 가려냈다.


인도공대 연구진은 검체를 여러 곳에 나눠 그룹을 늘리고 각 그룹을 동시에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룹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비교해 중복된 형태가 가능한 조합을 찾는 방식이다.


이번 이스라엘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과 같은 원리이다.


만약 27명의 검체를 두 군데로 나눠 검사한다면 전체 검사 횟수가 6번으로 준다.

인도 연구진은 실제 이 방법으로 320명 중에서 5명의 확진자를 단 48차례 검사만으로 알아냈다.

검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검체를 섞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학교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증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과학위원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집단검사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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